중국 국가대표로 뛰는 한국 야구선수 왜?

입력 2017-02-06 15:11  

신인 투수의 선입견 넘은 용기
父 국적 중국 택해 WBC 출전




한국 국적의 운동선수가 다른 나라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정답은 된다. 내달 6일부터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가능하다.

프로야구 kt wiz의 투수 주권은 이번 WBC에서 중국 국가대표 선수로 뛸 예정이다. 선수의 국적이 아닌 조부모의 국적에 따라 출전할 수도 있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재중 동포 출신인 주권은 2005년 한국으로 귀화했지만 친가는 중국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고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존 맥라렌 중국 감독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장까지 주권을 찾아오는 등 중국 대표팀의 끈질긴 요청에 합류를 결정했다.

선수가 자신의 국적이 아닌 모국까지 선택 가능하도록 한 규정은 ‘야구의 세계화’와 관련 깊다. WBC는 국가대항전이기 전에 야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대회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나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끔 국적 규정을 개방적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규정 덕에 파나마 국적의 중국계 3세인 브루스 첸도 이번 대회에서 중국 대표팀으로 출전한다. 1라운드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배정된 이스라엘은 엔트리 28명 가운데 26명이 미국 국적이다.

나라를 바꿔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회 WBC에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했지만 다음 대회에선 부모님의 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으로 뛰었다.

다만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주권의 선택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일부 야구팬들은 한국으로 귀화한 그가 다시 한국 국적을 버린 것처럼 받아들였다.

주권은 “주위 시선 때문에 중국 대표팀 합류를 망설였다”며 “중국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뒤 사람들이 나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인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중국의 정성이 주권 선수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며 “구단은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대승적으로 이를 승인했고, 젊은 선수에게 WBC란 큰 무대는 기량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권의 용기는 개인은 물론 야구 전체의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한국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그의 입장에서 WBC 출전은 그 자체로도 소중한 국제무대 경험이다. 그는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던져보고 싶다는 각오다.

주권이 가세한 중국 대표팀의 선전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국 프로야구 신인왕 후보까지 오른 주권은 사실상 중국 마운드의 주축이다. 그의 합류가 2라운드 진출을 보장하진 않지만 이전 대회와는 확연히 다른 경기 양상을 보여줄 수는 있다. 2021년 프로리그 출범을 목표로 하는 중국으로선 수준 높은 경기를 통한 ‘야구 붐’이 필요하다. 중국 야구의 성장과 인기몰이는 세계 야구계가 바라는 일이다.

‘혈통’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한국계’ 선수 선발에 소극적이었다. WBC 대표팀을 꾸릴 때도 투수진 구성에 애를 먹었지만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활약하고 있는 타이슨 로스와 조 로스 형제 선발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성적으로 본다면 이들은 당장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어도 손색없다.

한국이 국적의 틀에 갇혀 있는 동안 몇 수 아래의 중국은 유연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전력을 구성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선입견에 맞서기로 한 주권의 선택은 한국 야구의 순혈주의에 상당한 자극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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